노숙인들의 의료급여 지원을 위해 도입한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가 오히려 노숙인들의 병원 이용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2011년 6월 제정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급여 대상자에 포함된 노숙인은 노숙인 1종으로 분류돼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 본인부담금이 면제된다.

문제는 노숙인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병원만 이용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숙인 진료시설’은 관내 국공립병원, 보건소 또는 민간의료기관과 협의를 통해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동익 민주통합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4월 현재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현황은 전국 248개 노숙인 진료시설 중 1차 의료기관이 220곳(88%), 2차 의료기관 28곳(12%)이다.

1차 의료기관은 보건의료원, 보건소, 보건지소가 전부이고, 2차기관은 병원, 종합병원 등 국공립병원이 해당된다.

하지만 노숙인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2차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지나치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노숙인 진료시설은 28곳에 불과하고, 심지어 광주, 울산, 충북, 경남에는 지정된 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다.

대전은 유일하게 한 병원이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받았으나 그마저도 정신병원이어서 노숙인들이 이용하는 데 제약이 크다.

울산에서도 올 들어 5건의 노숙인 환자가 발생했으나 울산에는 ‘노숙인 진료시설’이 없어 1시간 넘게 떨어져 있는 부산의 노숙인 진료시설로 연계했다.

울산에는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보건소가 5곳 있지만 보건소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진료항목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2차 의료기관은 단 한곳도 없어 노숙인 환자가 갈 곳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시도별 국공립병원에서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숙인 진료시설이 없는 경남에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등 11개 국공립병원이 있고, 광주는 전남대학교병원 등 3곳, 대전은 충남대학교병원 등 5곳, 충북은 충북대학교병원 등 4곳 등 국공립병원이 있는데도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최동익 의원은 “노숙인이야말로 우리 사회 대표적 소외계층이고, 이들은 평소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며 “노숙인도 다른 의료급여 환자들처럼 가까운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먼저 지역에 있는 모든 국공립병원을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해 노숙인이 병원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누구나 건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대상이 노숙인이라고 해서 다르게 적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